로프공-고층빌딩에 매달려 청소하는 사람들

나와 내 가족의 건강과 영화에만 매몰된 채
깊은 행복감에 빠져버리는 것은 성숙하지 못한 태도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이 세상이
우리이웃의 노고에 대해 얼마나 애쓰고 생각해 줄까.

우리는 바쁘다. 할 일도 많고, 스트레스도 많다. 하지만 우리의 바쁨은 허상에 가깝다. 아무리 바빠도 밥을 먹고, 전화를 하고, 친구를 만나고, 인터넷을 서핑하고, 여행을 떠나지 않는가. 그럼 진정 바쁘다는 것은 무엇인가. 차마 다른 것을 하겠다는 생각을 못할 때, 그것이 바로 바쁜 것이다. 로프공들은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살고 있다. 건물 유리창에 반사되는 하늘이 제아무리 청아해도, 아리따운 아가씨가 가파른 경사면을 걷고 있어도, 발밑으로 뻗어있는 소나무들이 짙은 녹음을 뽐내도, 로프에 매달린 이들은 이러한 광경을 잠시라도 즐기기 힘들다. 현대인들이여, 제발 마음의 여유를 갖자.

▲ 고층빌딩에 매달려 청소하는 로프공들. ⓒ이동권

거무스름한 먼지가 구름처럼 도시 하늘을 뒤덮고 있다. 메뚜기 떼처럼 지나다니는 차들이 일으키는 먼지와 매연이다.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빌딩들도 이것의 공격을 피할 수 없다. 매일같이 별의별 먼지들이 달라붙어 버섯처럼 커져간다. 이대로 내버려두면 건물 안에 무엇이 있는지 종잡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빌딩들은 가끔 로프공들의 손을 빌려 목욕을 한다. 먼지가 쌓인 상태에서 비가 내리면 건물 외벽이 블랙커피 색으로 변하면서 더욱 많은 먼지를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청소할 시기를 놓친 빌딩 외벽을 손으로 긁어보면 먼지 두께가 장난이 아닌 것도 그런 이유다.

다른 이유로 로프공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건물 이음새에 균열이 나면 그 틈을 메우기 위해 코킹 기술자들이 실리콘 총을 들고 로프를 탄다. 페인트가 벗겨져 군데군데 시멘트 바닥이 드러나면 도색공이 콘프레샤 토치를 들고 로프를 내린다. 덜렁거리는 간판이나 광고판을 바꾸기 위해 로프공들은 성인 엉덩이만큼 작은 의자에 앉아 고공 그네를 탄다.

외줄에 매달린 로프공들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자갈이 깔려 있는 건조한 들판을 맨발로 마구 달리는 것처럼 불안하고 아찔하다. 세찬 바람이 불어와 로프공의 몸을 떠밀기라도 하면 보는 사람의 심장도 함께 떠밀리며, 40층 높이에서 그네를 타듯이 좌우를 오가는 모습을 보면 나처럼 겁이 많은 사람들은 입술부터 먼저 굳어버린다.

그래서인지 로프공을 두고 불편한 오해들이 많다. 위험한 일을 하기 때문에 돈을 많이 번다고 생각하거나 암벽타기 같은 위험한 스포츠를 즐길 것이라는 편견이다. 어떤 이들은 얼마나 할 게 없으면 저런 일을 하느냐고 무시하고 천대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로프공은 돈벌이가 시원치 않다. 다른 3D업종에 비하면 일당은 높은 편이지만, 노동 강도에 비해 수입은 매우 적다. 또 대부분은 생계를 위해서 로프를 탄다. 간혹 암벽을 타는 선수 출신도 있지만,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은 거의 없다.

외줄 타기 로프공의 하루

차가운 공기가 거리를 휘감고 돌아가는 새벽. 로프공들은 일찍 집을 나선다. 일 자체가 위험하기 때문에 준비 과정을 꼼꼼하게 챙기기 위해서다. 그렇지 않으면 건물 아래로 떨어져 생명을 잃을 수 있다. 그래서 로프공들은 아침 7시까지 현장에 도착해 안전수칙을 꼼꼼히 따진다.

물청소가 있는 날이면 로프공들은 모터를 설치하고 건물 옥상에서 로프를 내린다. 최근에 지은 건물들은 외벽에 로프를 매달 수 있는 고리가 있어 수월하다. 하지만 오래된 건물들은 아예 없거나 부식돼 사용할 수 없다.

로프를 지지할만한 고리가 없는 경우에는 20리터짜리 물통 2개를 채워 줄을 고정한다. 이 정도 무게면 웬만한 남자들도 지탱할 수 있다. 건물 옥상이 직각으로 되어 있어 마찰력이 생긴다는 것. 하지만 건물이 높거나 작업환경이 좋지 않을 때는 보조 줄을 건물 옥상에 있는 굴뚝이나 튼튼한 기둥에 묶고 작업에 들어간다. 정 지지할만한 기둥이 없으면 하는 수 없이 물통 개수를 늘린다.

로프공은 네 귀퉁이를 연결한 그네 모양의 작업대에 앉아, 건물 옥상에서 바닥으로 내려오면서 작업한다. 로프와 작업대를 묶는 방법은 ‘하프꽈배스통’이라는 특별한 매듭법. 이 방법으로 매듭을 만들면 웬만한 무게에도 작업대가 내려가지 않으며, 이 매듭을 한 손으로 살짝 들어 올리면 그만큼 작업대를 밑으로 내릴 수 있다. 고층에서는 옥상에 있는 반대쪽 로프의 무게 때문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저층으로 내려갈수록 작업대의 무게가 늘어나 흘러내리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매듭을 한 번 더 묶으면 된다.

스펀지 방망이가 빌딩 외벽을 바삐 움직이기 시작한다. 때를 깨끗하게 없애기 위해서는 심한 육체노동이 필요하다. 작업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쉴 수도 없다. 아래에서 쳐다보면 작업대가 휘청거리고 뒤흔들리는 게 느껴진다. 몸에 묶는 줄이 없어 방심하면 추락할 것만 같다.

때가 벗겨지면 비닐호스로 물을 뿌린다. 푸덕거리는 비둘기처럼 더러운 물이 오물 부스러기와 함께 바닥으로 쏟아진다. 그다음은 고무로 만든 스퀘즈로 힘껏 긁어내린다. 조금의 빈틈도 없이 완벽하게 물기를 제거한다. 너무도 능수능란하고 빨라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도색공은 유리에 안료가 묻지 않도록 먼저 마스킹 테이프를 붙이고 도료를 분사한다. 코킹공은 실리콘으로 이음새를 틀어막는다. 유리와 유리, 패널과 패널 사이를 방수처리하고 완충작용을 돕기 위해서다. 재료만 다를 뿐 일의 성격은 똑같다. 옥상에서부터 1층까지 작업을 마치면 손이 닿지 않은 옆쪽으로 이동해 다시 처음부터 이 작업을 반복한다. 이렇게 건물을 한 바퀴 돌면 작업이 끝난다.

청소를 마치면 기절할 정도의 피로가 찾아온다. 하지만 별다른 감흥은 없다. 하루 일당과 소주 한잔으로 ‘오늘 하루도 무사히’에 위안을 얻을 뿐이다.

경력 15년의 로프공 이재현 씨는 노총각이다. 소주를 들이켜면서 푸념처럼 털어놓은 그의 말이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어떤 여자가 이렇게 위험한 일을 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겠느냐는 것. 그렇다고 결혼을 하기 위해서 일을 그만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는 “한여름 뙤약볕에서 작업할 때 가장 힘들다.”면서 “건물을 닦다가 사무실 안의 사람들이 와이셔츠와 반팔차림으로 일하는 모습을 볼 때, 왜 나는 저 안에 있지 못하고 이렇게 공중에 매달려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20년 경력의 김상준 씨는 “늦가을이 돼 추위가 찾아오면 손발이 꽁꽁 얼어 고통스럽다.”면서 “점심시간, 한창 분주한 식당에 밥 먹으러 갈 때 몸에서 땀 냄새가 나거나 구정물에 옷이 젖어 지저분할 때 사람들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위축된다.”고 말했다.

이제 막 초보 딱지를 뗀 경력 3년차의 강윤남 씨는 먼저 불확실하고 막막한 미래에 대해 걱정했다. 그는 ‘언제까지 이 일을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이라면서 ‘퇴직금이 있는 것도 아니고, 미래가 보장되어 있는 직업도 아니고, 또 때에 맞춰 임금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지 않으냐’며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 고층빌딩에 매달려 청소하는 로프공들. ⓒ이동권
사람보다 돈, 돈, 돈이 중요해

로프공들이 작업하는 곳은 언제나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세찬 바람이 불어오는 공중에 매달려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은 평범한 일상에서 쉽게 마주칠 수 없는 일. 사람들은 뭔가 신기한 쇼가 벌어지는 광경을 보는 것처럼 얼굴을 찡그린 채 흘깃 쳐다보며 지나간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 노동에 매료되지 않는다. 보호 장비 하나 없이 작업을 하고 있어도 오물이 떨어질까, 물이 튈까 걱정하면서 제 갈 길만을 재촉한다.

산업안전관리공단에서는 로프공이 작업할 때 작업대를 묶는 매인 줄과 사람의 추락을 막는 보호 줄을 꼭 착용해야 한다고 규정해 놓았다. 또 안전벨트와 헬멧을 쓰지 않으면 로프 작업을 못 하게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대부분 지켜지지 않는다. 안전벨트와 헬멧은 고사하고 보호 줄마저 없다. 이재현 씨의 말이다.

“신축 건물에서 로프 작업을 할 때는 현장관리책임자가 체크하기 때문에 거의 지켜지는 편입니다. 하지만 기존 건물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습니다. 작업시간을 단축해야만 수지타산이 맞기 때문에 보호 줄을 묶고, 안전장치를 착용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죠. 보호 장비를 하면 아무래도 안전하겠지만, 작업능률이 떨어지고 시간적으로도 손해거든요. 생각해보세요. 10명이 하루에 끝내야 할 일이 이틀 걸린다면 사업자 입장에서는 일을 해도 손해지 않겠습니까. 로프를 두 줄 내리면 한 줄은 작업대에 묶고, 또 한 줄은 몸에 묶어 대형 사고를 미리 방지할 수 있는데도, 그럴 수가 없는 거죠.”

대부분 하청업체인 사업주들은 안전한 작업을 권고하고, 안전교육도 실시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시간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적용하기가 매우 힘들다. 가장 큰 이유는 일을 발주하거나 따는 입장에서 합당한 견적을 내지 못해서다. 업체 간의 경쟁도 있고, 일을 주는 사람은 싸게만 주려고 해서 완벽하게 준비를 하고 작업에 들어가는 것은 애초부터 어렵다.

“운전을 예로 들었을 때 신호등을 잘 지키고 교통법규를 잘 지키면 사고 확률이 80% 떨어진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로프 작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을 시키는 입장이나 일을 하는 입장이나 기본에 충실하면 사고를 줄일 수 있죠. 하지만 우리나라는 빠르게 일하는 것이 사람들의 몸에 배어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돈을 더 남겨야 하기 때문입니다. 목숨보다도 돈이 더 중요한 거죠.”

직업병과 위험 약품에 노출된 로프공

로프공들은 작업이 있는 날이면 부담이 돼서 술도 못 마신다. 잠깐 실수가 아찔한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작업이고 노동력도 만만치 않아,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느끼는 피곤의 정도는 매우 심하다. 그래서 로프공들에게는 높고 푸른 하늘보다 로프에 매달려야 할 건물이 더 크고 높게 보인다. 특히 춥고 우중충한 날은 더욱 심하다. 가정이 있는 로프공들은 가장으로서의 의무감과 책임감에 압박을 느끼기도 한다. 손발이 시리고 예리한 통증이 짓눌러도 쉬지 못한다. 주말에도 쉬지 않고 일하기 때문에 여느 가족들처럼 애정이 깊어갈 만한 분위기를 만들기도 힘들다. 이러한 로프공들의 가슴앓이를 위로해주지는 못할망정 멸시나 모욕감을 주는 사람들은 정말 못난 이웃이다. 오히려 힘들게 일하는 이들에게 깊은 존경이 필요하다. 도회지를 뒤덮은 빌딩에 창백한 빛이 감도는 것이 싫다면.

로프공들은 사고가 나면 90%는 본인이 피해를 입는다. 한 로프공은 청소를 하다가 유리가 주저앉자, 산재보험처리를 하고 회사를 그만두기도 했다. 사업주와의 관계가 껄끄러워져 나갈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대부분의 사고는 본인이 스스로 책임을 지며, 직업병으로 일을 못하게 되더라도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자신의 몫이다.

“작업대에 앉아서 하루 종일 작업을 하니까 척추디스크가 생깁니다. 또 눌어 붙은 때를 지우기 위해 같은 동작을 계속적으로 반복하니까 테니스 프로선수들이 걸린다는 ‘테니스 엘보’가 찾아옵니다. 근육 인대가 파손되는 병이죠. 또 자고나면 손이 저리고 주먹을 쥘 수 없을 정도로 근육이 굳습니다. 작업을 쉬면서 한 달 정도만 치료하면 나을 수 있지만, 일당으로 살아가는 처지에 병원에 간다는 게 쉽지 않습니다. 그것도 산재처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 사비를 들여서요. 그러다가 어떤 로프공들은 만성적인 병이 악화돼 이 일을 영영 못하게 됐습니다. 또 위험한 약품도 문제입니다. 로프공은 현장에 도착하면서부터 위험에 노출된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로프공들은 잔뜩 때가 낀 창문처럼 컴컴한 현실에서 신음하고 있다. 바닥에 떨어질 위험도 문제지만 환경오염 물질이기도 한 염산 때문에 심각한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

로프공들은 신축 건물 외벽에 묻은 시멘트를 벗겨내기 위해 스펀지에 염산을 묻혀 닦아낸 뒤 물로 씻어낸다. 이 물은 그대로 하수도로 흘러들어가 수질을 오염시킨다. 오랫동안 청소하지 않은 빌딩을 청소할 때는 더욱 심각하다. 10년 정도 청소를 안 하면 유리가 수분과 햇볕에 번갈아 노출되면서 때가 침투해 닦이지 않는다. 물리적인 힘을 동원해도 소용이 없다. 이럴 때는 불산을 사용한다.

“시멘트는 염산에 반응하기 때문에 고무장갑을 끼고 스펀지 방망이로 문댑니다. 전문가가 아니어서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화공약품을 파는 상점에서 산 염산과 물을 20:1 정도로 희석해서 사용합니다. 또 오랫동안 청소를 하지 않아 심하게 때가 끼어 있을 때는 제일 강한 불산을 씁니다. 때가 낀 면을 태우거나 녹여없애는 것이죠.”

살과 뼈를 태울 정도로 지독하고 위험한 염산으로 청소를 한다는 얘기를 듣고 적잖게 걱정이 됐다. 로프공들의 건강도 그렇지만, 공기를 줄이기 위해 손쉬운 방법으로 일을 처리하는 기업들의 의식 때문이다. 아니 심각한 것을 떠나 법을 어기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제도를 마련하고 철저하게 관리 감독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사단이 나고야 만다. 특히 이러한 방법을 요구하는 사업주에게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며, 강력한 제재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청소하다가 염산이 피부에 튀면 바로 씻어내도 벌겋게 발진이 일어나고 화끈거립니다. 어떤 때는 장화도 펑크 나고, 염산이 발가락 사이로 스며들어가 발톱이 빠지기도 합니다. 눈에 들어가면 바로 씻어내도 따갑고 쓰라리죠. 실명할 수도 있고요.”

▲ 고층빌딩에 매달려 청소하는 로프공들. ⓒ이동권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직업 ‘로프공’

이재현 씨는 20살 초반부터 로프공을 시작해 15년 가까이 일했다. 하지만 작업 중에 추락해 허리를 다쳤다. 다행스럽게도 4층 높이에서 떨어져 목숨은 건졌다. 그는 이 일을 겪은 후 로프공을 그만뒀다. 하지만 막상 할 일을 찾아보니 막막했다. 장사도 해보고 택시운전, 퀵서비스, 중국집 식자재 납품 등 수많은 일을 했다.

“로프공 그만두니 할 일이 3D업종밖에 없더군요. 벌이도 시원치 않았고요. 이런저런 일을 하면서 사람들을 상대하다 보니까 모멸감이나 스트레스가 많아 다시 줄을 타게 됐습니다. 3D직종에서 1년을 꼬박 일해도 3000만 원 벌기가 힘듭니다. 웬만한 대기업 초봉이 3000만 원이라고 하는데, 저처럼 좋은 직장에 들어갈 수 없는 사람이 3000만 원대 수입을 올리려면 위험과 만성적인 피로를 감내할 수밖에 없죠.”

김상준 씨는 생활고 때문에 로프를 탔다. 그는 사업을 하다 빈털터리가 된 뒤 무엇을 해서 다시 일어서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하루는 종로에 영화를 보러 갔다가 빌딩에 매달려 유리를 닦는 사람들을 봤다.

“저 일은 위험한 일이니까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시작한 것이 벌써 20년이 됐습니다. 착실하게 일해서 조그마한 아파트도 샀죠. 지금 같았으면 부동산이 너무 비싸서 어려웠겠지만, 예전에는 줄을 타면 조그마한 아파트 하나는 살 수 있었습니다.”

강윤남 씨는 산악인이다. 해외원정까지 다니다 보니 정상적인 직장생활을 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그는 직업으로 로프공을 선택했다.

“시간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는 일을 선택하다 보니 로프공이 됐습니다.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이 두렵지 않았고, 시간을 자유롭게 낼 수 있기 때문에 저와 궁합이 잘 맞았죠.”

로프공들은 외줄을 타기까지 갖가지 사연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험난했던 과거사와는 달리 단순하고 네모반듯한 건물을 좋아한다. 모양이 난해한 건물은 위험하고 청소하기 힘들다는 것. 외벽이 유선으로 되어 있거나, 움푹 들어가 있거나, 돌출부위가 많거나, 사선으로 되어 있으면 작업하기가 매우 어렵다.

“줄을 고정할 때, 건물 형태에 따라서 많이 다릅니다. 전면이 유리로 된 건물은 로프가 모서리 부분에 쓸리면서 끊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날카로운 접지면에 보호 장치를 댑니다. 하지만 심하게 날카로운 경우에는 이마저도 소용 없습니다. 실제로 줄이 끊어져서 사망한 로프공도 있었거든요.”

40층 이상 되는 고층 빌딩은 높이만큼 반복동작이 많기 때문에 육체적인 고통이 심하다. 그렇지만 로프공에게 가장 두려운 적은 공포심. 로프공들은 “두려움이 느껴지면 절대로 로프공을 해서는 안 된다.”면서 “고층빌딩에서 공포심을 느끼면 몸이 위축되고 행동이 부자연스러워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여기 우리 도시에는 고층빌딩에 매달려 외벽을 청소하는 로프공들이 있다. 이들을 보고 곡예를 하면서 먹고사는 광대 정도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이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관심을 갖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우리가 됐으면 한다.
 

로프공의 수입은 얼마나 되나

로프공이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아니다. 보통 로프공 초봉은 일당 5만 원에서 7만 원. 기술자가 되면 13만 원에서 15만 원을 받는다. 일 년으로 계산하면 최고 베테랑 로프공이 약 3200만 원 정도를 번다. 이 돈을 하루 일당 15만 원으로 나누면 일 년에 213일을 일해야 한다. 정말 쉴 새 없이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다. 하지만 겨울과 장마철에는 일이 없다. 3200만 원을 벌기 위해서는 봄, 여름, 가을에 주말에도 쉬지 않고 일을 해야 한다. 한 달에 27일 정도는 일하고, 일이 없을 때만 놀아야 이 정도를 벌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은 로프공의 일당이 20~25만 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청소관리업체의 하청을 받기 때문에 파견업체의 로프공에게 돌아오는 돈은 매우 적다. 신축일 경우에는 대부분 건설회사와 청소업체가 직접 계약을 하지만 보통 건물들은 빌딩관리업체가 들어와 있어 한 단계가 더 늘어난다.

로프공들은 파견업체에서 근무하는 노동자이다. 청소관리업체는 중간에서 커미션 먹고, 청소에 대한 모든 책임은 파견업체가 다 맡는다. 그래서 로프공들은 파견업체보다 중간관리업체가 더 밉다고 말한다. 적은 돈으로 하청을 주니 작업할 기간은 여유롭지 못하고, 덩달아서 작업의 안정성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청소하기 어려운 빌딩

로프공들은 서울에서 작업하기 힘든 대표적인 건물로 서울타워빌딩, 한국경제빌딩, SK을지로 빌딩을 꼽았어요. 겉으로 보기에는 아름다울지 모르겠지만, 울퉁불퉁하고 기괴한 모양의 빌딩들은 청소하기가 힘들답니다.

빨리하면 안 돼요

외국의 로프공들은 하루 작업량이 정해져 있어요. 무리하지 않고 충분하게 휴식을 취하면서 작업을 마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정해놓았죠. 외국에 이민 가서 일하는 한국 로프공들은 처음에는 사업주에게 잘 보이기 위해 빠른 속도로 일한다고 해요. 그러면 사업주가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제재를 가하죠. 안전과 건강 때문에요. 한국과는 너무 다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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