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병일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 부본부장

철도노동자들이 4년만에 총파업에 돌입했다. 9일 오전 9시를 기해 전국적으로 각 지구별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일손을 내려놓았다. 그렇다고 말그대로 ‘총파업’은 아니다.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동관계법령에 근거하여 필수유지업무 지명자는 해당 근무에 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합법파업’이라는 얘기다.

철도노조 수원지구도 이날 오전 10시 수원역 후문 입구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총파업 출정식에는 수원지구 조합원 1,300여명 중에 필수유지업무 지명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조합원 700여명이 참석했다. 그만큼 총파업 열기가 뜨거웠다.

총파업 출정식을 마치고 전병일(46)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 부본부장을 만났다. 철도노조가 왜 파업이라는 최후 수단을 택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물었다. 조합원들의 분위기나 정부와 코레일과의 협상 여부도 궁금했다.

전 부본부장은 1996년 입사해 17년째 철도밥을 먹고 있다. 올해 2월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 부곡차량지부장에 연이어 당선되면서, 서울지방본부 부본부장도 맡게 됐다. 지난주 금요일 삭발 투쟁을 벌여 남아있는 머리카락이 없었다.

▲ 전병일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 부본부장. ⓒ장명구 기자

- 먼저 언론에는 많이 보도가 안 돼 국민들이 많이들 모르고 있다. 철도노조에서 파업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수서발KTX를 분할하는 코레일 이사회를 10일 연다고 한다. 철도노조에선 수서발KTX 분할이 철도 민영화의 첫 시작이라고 보고 있다.

수서발KTX가 분할되면 코레일을 분할하는 것도 가속화될 것이다. 구조조정은 물론 적자선을 떼어 내어 민영화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 총파업에 들어가기 전에 정부나 코레일과의 협상은 어떻게 진행되었나?

전혀 협상이 안 되었다. 아시다시피, 정부나 코레일은 민영화가 아니라고 강변한다. 철도노조는 말장난 하지 말라고 했다. 철도 민영화의 시작이고 꼼수일 뿐이라고 했다. 그러니 협상을 해도 접점이 없는 것이다.

어제 8일 오후 4시 코레일과 마지막 협상이 있었다. 원래 교섭을 하면 사용자와 노조 대표가 모두발언을 한다. 모두발언은 언론에 공개하는 것이 관례였다. 그런데 코레일에서 모두발언 언론 공개를 못하겠다며 일방적으로 퇴장한 후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철도노조 협상단은 1시간 가량 교섭장에서 기다렸다. 더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해 오후 5시 교섭결렬 선언을 할 수밖에 없었다.

- 정부나 코레일, 언론에서 파업을 할 때마다 늘 하는 얘기가 ‘국민의 발을 볼모로 한다’는 것이었다. 이번에도 정부에선 철도노조의 합법파업을 불법파업으로 몰아가며 탄압할 것이 뻔한데.

정부나 코레일에서 징계 협박을 하는 등 강경 탄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파업 역시 국민의 철도를 살리기 위한 투쟁이기 때문에, 징계는 당연히 감수하고 있다.

총파업에 들어가자마자, 벌써 코레일에선 각 지부장급 이상 간부들까지 다 직위해제를 때려놓은 상태다. 일단 업무에서 배제시키는 탄압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총파업이라고 하지만 전면파업이 아니다. 필수업무 인력은 현장에서 여전히 일하고 있다. 합법적으로 파업을 하고 있다.

▲ 전병일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 부본부장. ⓒ장명구 기자
- 이명박 정부 때도 철도노조가 ‘합법파업’을 했지만, 대통령 말 한마디에 ‘불법파업’이 된 적이 있다.

그동안 철도노동자들이 벌인 파업은 모두 합법파업이었다. 하지만 정부로부터 합법파업으로 인정받은 적이 한번도 없다.

- 현재 파업에 임하는 조합원들의 분위기는 어떤가?

아까 총파업 출정식에서 보았다시피, ‘민영화 반대’라는 명분이 충분하다. 조합원들 사이에서 공감대가 넓게 형성돼 있다. 다만 ‘투쟁을 해서 철도 민영화를 막아낼 수 있나’라는 일말의 우려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아무튼 조합원들은 수서발KTX 분할이 코레일 이사회에서 통과되는 것에 연연해 하지 않고 있다. 임금협상에도 연연해 하지 않는다.

국민들이 철도 민영화에 반대하는 여론이 확실하기 때문에 철도노동자들은 거기에 호소하는 것이다. 국민을 믿고 파업을 하고 있다.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끝까지 투쟁해 나갈 마음이다.

- 앞으로의 투쟁 계획은 어떻게 되나?

오늘 오후 2시 서울역에서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 결의대회가 있다. 오후 7시에는 역시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범국민촛불대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내일 오전 10시 서울역에 있는 코레일 서울사옥에서 코레일 이사회가 열릴 예정이다. 그 앞에서 집회를 한다는 계획이다.

-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철도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는 게 집단이기주의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국민의 발인 철도를 분할, 민영화해 재벌에, 외국자본에 팔아넘기려는 것을 막는 투쟁이다. 한마디로, 국민의 재산을 지키는 투쟁이다.

그런 믿음과 신념을 가지고 투쟁하고 있다. 국민들께서도 철도노동자들의 이런 마음을 알아 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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