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산 스님.
초기 불교시대에 석가모니께서 제자들에게 강조했던 실천수행 덕목으로 ‘팔정도’라는 가르침이 있는데, 그 가운데 첫 번째가 ‘정견(正見)’이다. 이것은 ‘바른 시야’ 혹은 ‘바른 견해’ 등으로 해석할 수가 있어서, 말하자면 우리가 무엇인가를 접하게 될 때 올바르게 판단내릴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우리가 현실을 바라보는 것을 가로막는 증상에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보는 태도이고, 다른 하나는 지나간 문제에 집착하는 태도이다. 불교에서는 바른 시야로 제대로 보고 마음을 닦아서 도덕적으로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제는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의 견해가 늘 올바르다고 착각하는 경우다. 미루어 짐작해 보면, 히틀러도 자신의 행위가 정당하다고 믿었기에 그런 엄청난 살육을 자행하였고, 태평양 전쟁 A급 전범의 외손자로 우리에겐 너무도 뻔뻔하고 염치없는 일본의 아베 총리도 스스로는 자신의 조국을 위해 엄청난 업적을 세우고 있다고 믿고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무식한 사람을 이길 수가 없다고 했던가.

자신의 생각을 옳다고 믿고 흔들림 없이 나아가는 것이야 누구에게나 필요한 자세이지만, 반드시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그로 말미암아 다른 사람에게 아픔과 불편함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인연의 관계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현대사회에서 자신만을 위해 남의 아픔과 고통을 모른 척 하는 것은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진실이 아닌 것을 진실이라 생각하며 진실을 진실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릇된 생각에 빠져있기 때문에 저 진실에 이를 수 없다네.”라는 경전의 말씀처럼 어느 것이 진실인지 확실히 아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전제조건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자신이 배운 지식을 굽혀가면서 권력과 세속에 아부하여 출세하려 하거나, 자신의 얄팍한 지식으로 세상을 어지럽히고 국민들을 속이는 자들이 너무도 판을 치고 있는 서글픈 세상이다.

시작부터 잘못되어 엄청난 경제적, 환경적 재앙으로 다가 온 4대강 사업을 앞장섰던 사람들 가운데 아무도 책임지려 하는 자 없고, 이어도를 지키기 위해 제주에 해군기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던 사람들 가운데 아무도 중국과 일본의 행태를 지적하는 자가 없는 이상한 세상이다.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여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오른 국가정보원과 군 사이버사령부의 요원들에게 치졸한 인터넷 댓글이나 퍼 나르는 임무를 떠안겼던 정부는 그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 없이 나몰라라 하고 있다. 청와대 행정관에 의해 법에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사생활정보 불법 취득 및 공개라는 범죄가 이루어졌음에도 개인적 일탈로 넘겨보려는 뻔뻔한 사람들이 참으로 한심하다.

무엇보다 언론을 틀어잡고 뻔한 뉴스만 방송으로 내보내게 만들어 도대체 밀양에선 무슨 일이, 왜 벌어지고 있는지 국민들이 모르도록 만들고 있는 사람들이 참 밉다.

어제는 북한 권력실세 숙청과 그 측근의 공개처형이라는 속보가 온통 뉴스를 뒤덮었다. 그것을 보면서 예전에 몇 번의 죽음을 치렀던 김일성 주석이 떠오르는 것은 나만의 생각이 아니었지 싶다. 물론 북한의 체제가 불안해지면 우리에게도 불안이 더욱 가중되는 것은 피할 수 없겠지만 뉴스 속보가 너무 과장되고 호들갑스럽게 보였던 것은, 아마도 절묘한 시점에서 간첩이 잡히는 등의, 선행학습 효과가 아니었지 싶다.

어렵지 않은 짧은 문장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 온 『법구경』에 “오늘은 어제의 생각에서 비롯되었고, 현재의 생각은 내일의 삶을 만들어 간다. 삶은 이 마음이 만들어 내는 것이니 순수하지 못한 마음으로 말과 행동을 하게 되면 고통은 그를 따른다. 수레의 바퀴가 소를 따르듯이…”라는 말씀이 있다.

결국 우리의 인생이라는 것이 지금 이 순간 순간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며, 또한 선하고 올바른 동기로 이루어질 때 만족스런 결과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나쁜 의도로 이루어진 일에 대해서는 반드시 그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거짓과 폭력으로 많은 사람들을 아프게 했던 지난 군사독재정권의 말로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불통과 협박으로 비슷한 길을 가고 있는 지금 정권의 앞으로의 시간이 너무도 측은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저작권자 © 뉴스Q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