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고(故) 안점순 할머니 추모

▲ 염태영 수원시장이 추도사를 하고 있다. ⓒ뉴스Q

“우리 수원시민들과 함께 할머니의 마지막 간절한 소원을 잊지 않고, 반드시 해원(解冤)해 드리겠습니다. 부디 편안히 쉬십시오.”

염태영 수원시장이 안점순 할머니의 죽음을 애도했다.

3월 31일 아주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고(故) 안점순 할머니 추모제에서 염태영 시장은 “한없이 무겁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할머니의 영정 앞에 섰다”며 “우리가 당신을 사랑한 것보다 더 많은 사랑을 우리에게 주셨기에 떠나시는 할머니를 놓아드려야만 하는 심정이 무겁기만 하다”고 침통해 했다.

수원에 거주하던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안점순 할머니(1928~2018)는 아주대학교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지병 치료 중 병세가 악화돼 30일 오전 10시 10분경 세상을 떠났다.

염 시장은 추도사에서 “1942년, 일제 치하 14살 소녀는 ‘마을 여자들은 다 모이라’는 말을 듣고 방앗간 앞으로 나갔다가 영문도 모른 채 머나먼 이국땅으로 끌려갔다”며 “그곳에서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받으며 온갖 수모와 고초를 겪으셨다”고 말했다. 이어 “고향으로 돌아온 후에도 식모살이, 식당 장사 등 닥치는 대로 일하셨고, 씻기지 않는 치욕의 상처로 혼인도 못한 채 홀로 살아오셨다”며 할머니의 고단한 삶을 이야기했다.

염 시장은 또 “1993년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로 등록하고, 수요집회·인권캠프·아시아연대회의 활동 등 일본군 성노예 문제해결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참여하셨다”며 “할머니는 우리 근대사의 가장 뼈아픈 부분을 맨몸으로 견디신 희생자였고, 우리에게는 자랑스럽고 소중한 한 사람의 수원시민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안 할머니는 지병으로 몸져누우신 순간까지도 할머니의 마지막 소원인 일본 정부의 진심어린 사죄 한마디를 듣기 위해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셨다”며 “하지만 평생의 소원이었던 일본 정부의 진심어린 사과는 끝내 받지 못하고 눈을 감으셨다”고 안타까워했다.

안 할머니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가 이뤄진 후 ‘합의 무효’를 외치며 일본 정부의 ‘위로금’을 거부했다. 지난해 12월 수원시와 인터뷰에서는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내 청춘은 돌아올 수 없다”면서 “이제라도 사죄 한마디 하면 다 끝날 일”이라고 일본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를 비판한 바 있다.

이날 장례식장에는 안점순 할머니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려는 시민들의 조문 행렬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저녁 7시 30분에 거행된 추모제에는 염태영 시장을 비롯해 김진표·박광온·김영진 국회의원, 김진관 수원시의회 의장, 수원평화나비 관계자, 수많은 시민들이 참석해 슬픔을 함께했다.

염 시장은 “이제 생존해 계신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는 스물아홉 분밖에 남지 않았다”며 “이제라도 일본 정부는 진심어린 사과와 합당한 배상으로 할머니들의 눈물을 조금이라도 닦아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반인륜적 범죄와 죄악이 다시는 이 땅에서 되풀이되지 않도록 시민들과 마음을 모아가겠다”고 다짐한 염 시장은 “이제 이곳에서 아프고 쓰라렸던 기억을 모두 잊으시고 편안히 잠드시길 바란다”며 추도사를 맺었다.

할머니의 장례는 ‘슬픔과 고통을 정의로, 용담 안점순 할머니 수원시민사회장’으로 치러진다. 영결식은 1일 오전 7시 아주대학교병원 장례식장 1층 영결식장에서 열린다. 오전 8시 발인 후 할머니는 수원승화원 추모의 집에서 영면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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