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길수 6.15경기본부 홍보위원
지난 7일 불교 천태종이 개성 영통사에서 ‘영통사 낙성 8주년 및 대각국사 의천 912주기 열반 다례제 남북 합동법회’를 개최한 바 있고, 12일에는 조계종 스님과 신도들이 금강산 신계사 낙성 6주년 기념 합동법회를 개최하였다.

이어 10일부터 13일까지 대북 인도적 지원단체인 ‘평화3000’이 방북하여, 평양 장충성당 설립 25주년 미사를 봉헌하였다. 또 15일에는 금강산 관광 15주년을 맞아 현대아산 관계자 20명이 금강산을 방문하여 기념행사를 거행하였다.

이에 더하여,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문제를 둘러싼 여야 간 대치가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의외로 여야가 한목소리로 5.24조치의 해제를 촉구하고 나서서 이목을 끈다. 현재 진행 중인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국회의원들은 5.24조치 해제를 비롯한 대북교류 정책의 전면적인 개신을 촉구한 외에도, 한나라당 의원들도 “남북 교류 활성화를 위하여 5.24조치를 대체할 새로운 남북 교류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거나 “개성공단 국제화나 중국·러시아와의 북한 경제특구 합작투자 등에 대해서는 5·24 조치의 예외 규정을 둬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금강산 관광과 관련된 기업인들의 모임인 금강산기업인협의회는 금강산 관광 15주년에 즈음하여 다시 한번 간절한 어조로 금강산 관광 재개를 호소하였고,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공동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금강금강산관광 재개를 촉구하는 범국민운동본부’도 지난 18일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금강산 관광 재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금강산 관광의 의의를 다시 한 번 강조하며, 관광 재개를 촉구하였다.

이러한 흐름들은 특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그 결과에 따라서는 실질적으로 5.24조치를 무력화하거나 고수 원칙을 파기하는 셈이 될 수밖에 없는 ‘나진-하산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남북 관계에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줄 수 있기를 기대하는 흐름과 맞물리는 것이기도 하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남·북·러 3각 사업의 시범사업으로 최근 포스코·현대상선·코레일이 ‘나진-하산 물류협력사업’의 철도·항만사업에 참여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함으로써 가시화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5.24조치의 내용을 ‘훼손’하지 않는다고 강변하지만, 대다수 남북경협사업 관계자들은 전혀 동의할 수 없다며,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5.24조치를 해제하거나 또는 이를 우회한 (개성공단 이외의) 남북경협 재개를 요청하고 있어 당국으로서도 어떤 식으로든 이에 화답할 것으로 기대되기도 한다.

최근 필자는 천도교의 남북 공동사업 추진을 위한 실무 접촉을 진행하고 있다. 통일부에서는 원칙적으로 행사를 승인한 상태이고, 북측도 행사 개최에 동의하고 있다. 이제 실무적인 절차에 대한 합의만 완료되면, 남과 북의 천도교인들뿐만 아니라 몇몇 동학 관련 민간단체 실무자들도 함께 북한 지역을 방문하여 종교(천도교) 공동행사와 더불어, 내년의 동학혁명 120주년에 즈음한 남북 공동 사업에 대한 논의도 진행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종교-기업(경제)에 이어 지자체와 시민단체(동학 관련)까지 교류 협력이 열리게 되는 셈이다.

또한 현 박근혜 정부도 “정치적인 문제와는 별개로 북한의 영유아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추진할 것”이라고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는 가운데, 최근 관련 민간단체에서 제출한 대북 인도적 지원 계획을 승인하고 대북 지원 재개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원칙’과 ‘다만’ 사이에 간극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물 한 방울’ 만큼의 무게 이동만 일어나면, 대북지원은 봇물처럼 이루어지리라는 기대가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물론 현실만 놓고 보면, 요즘 남북 관계가 경색되어 있다고 이구동성이다. 그러나 쉼 호흡 한 번하고 돌이켜보면, 지금의 ‘남북 교류 한파’ 국면도 통일 과정의 일부다. 지금도 우리는 통일을 향해 가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슬로우 통일’ ‘힐링 통일’이라는 관점에서 지금의 남북 상황을 조망해 보면 확실히 그러하다. 남과 북의 통일은 독일의 경우처럼 ‘어느 날 갑자기, 일방의 몰락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점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고 믿는다.

‘과정으로써의 통일’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지금 우리는 비를 뿌려 통일의 땅을 굳건히 다지며 ‘통일의 봄’을 향해 가고 있다. ‘느리게 나아감’으로써 더욱 지혜롭고 행복한 통일의 날을 맞이할 수 있다. 하니 눈보라가 친다고 우울해 하거나 까마득해 하지 말고, 오히려 겨울 풍경 나름의 멋을 즐기며 나아가는 건 어떨까. 희망은 오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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