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승하.

집에서 나왔다. 살던 집에는 어머니와 고양이가 남았다. 이로써 양친과 나는 모두 따로 살게 되었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변화엔 늘 즐거움과 걱정이 동반된다.

고정지출이 늘어나고 여러 활동으로 인해 간헐적으로 이어진 무일푼 신세, 그 경우의 수는 아예 사라졌다. 이번 이사를 통해 계획을 세우고 국민임대를 노릴 것이다. 수원이라 좀 버겁긴 하지만 국민임대는 비용 면에서 제일이다. 포기할 수 없다. 하지만 다른 처지 어려운 사람들과의 피 말리는 경쟁에서 승리해야 한다!

작년 여름, 이 연재칼럼 첫 글에서 ‘청년, 집 구합니다’ 라는 제목으로 박근혜 정권의 주거정책을 비판한 바 있다. 청년들의 주택난에 수박 겉 핥기 정책은 무용지물이라는 주장이었다.

여전히 청년 혜택 성격의 주택은 물량이 부족하다. 늘 그렇다. 그로 인해 현실에서 누구나 체감하는 월세 문제는 이제 미래를 향한 계획을 헝클어놓는 지경이다. 그래서 일각에서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더러 월세를 지원하라는 요구가 나오는 것이다.

사실 이는 세대와 관계없이 헌법에 명시된 권리에 대한 타당한 요구다. 월세가 해마다 많이 오르고 건물주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담합을 하며 갑을관계를 더욱 공고히 만든다.

이대로는 많은 대도시가 중장년층 베드타운이 될 것이다. 청년들이 버틸 수가 없다. 난 개발주의에 반대하지만 어쨌거나 그 시각에서 본다면 소위 말하는 국가경쟁력 하락의 수렁에서 빠져나올 길이 차단되는 셈이다. 박근혜는 그래서 젊은 노동력을 다 중동 보내고 노인강국(?)을 건설하려 했던가.

주거환경 보장 정책은 좀더 포괄적이고 지속적인 삶의 서포터로 기능해야 한다. 어느 동물이든 제대로 된 보금자리에서 심리적 여유가 생기고 시야가 넓어진다. 고양이 숨을 곳 다 없애보면 그 불안을 대번에 알 수 있다.

사실 눈을 돌려보면 많은 변화들이 번져나온다. 유럽에선 공동주택 운영을 민간에서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민간은 소위 말하는 제3섹터, 비영리단체(NGO)다. 영국 런던처럼 아예 주거공간을 포함한 동네 하나를 조성해 지방정부 역할을 하는 지역도 있고, 허름한 국유지를 매입해 마을을 조성하는 사례도 있다.

이런 정보들을 접하다보니 가끔 서울대 농생명대학이 이전한 수원 권선구 서둔동을 지날 때마다 상상을 했다. 저 거대한 부지에 청년, 저소득 서민들을 위한 주거환경을 조성하면 어떨까? 재개발이나 뉴타운 등으로 포장되어온 부동산 뻥튀기 정책을 현실에 맞게 적용시켜보는 거다. 청년 도시, 스탠딩 플레이 좋아하는 정치인 입장에서도 구미가 당기지 않겠나.

말이 길었다. 이사하다보니 여러 생각을 한다. 우린 다 많은 좌절을 하지만 한편으론 또 상상을 하고 그에 힘 받아 매번 희망을 가진다.   

 

박승하

20살 때부터 살아온 수원과 수원사람들을 사랑한다. 평소엔 상냥하고 잘 웃고 유머를 좋아한다. 하지만 민중들을 깔보고 날뛰는 기득권에겐 들짐승과 같은 야성과 분노로 맞서는 ‘저항하는 청년’이다. 민중연합당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한 바 있다. 현재는 청년노동자 권리찾기 단체 <일하는2030>에서 일하는 청년들의 우뚝서기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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