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산스님 6.15경기본부 홍보위원.

“하나의 유령이 한반도를 떠돌고 있다. ‘적폐’라는 유령이. 대한민국의 모든 민주세력이 연합하여 이 유령을 잡기 위한 성스러운 몰이사냥에 나섰다.”

그러나 그 유령의 집요하고 악랄한 저항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다. 더욱이 세계 경찰을 자처하는 미국이 선택한 보통의 상식으로 감당할 수 없는 사고방식의 지도자가, 막다른 길에서 예상을 뛰어 넘는 반응을 보이는 북한의 지도자와 만나 평화를 위협하고 있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어떤 종교는 한결같이 자신들의 교리만이 진리이며 다른 종교들은 모두 잘못과 거짓으로 가득차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무리 자기 종교가 옳다고 주장하더라도 저마다 상대적이고 일방적이다.

종교인들이 스스로 자기 종교를 완전한 것으로 생각하고 마음속으로부터 스스로 ‘완전한 종교’라는 최면에 빠져 있지만, 부처님께서는 “나는 이렇게 말한다는 것이 나에겐 없다. 모든 사물에 대한 집착을 집착인지 바르게 알고, 모든 견해에 대한 잘못을 보고 고집하지 않으며 깊이 살펴보면서 마음속으로부터 평안해짐을 나는 보았다.”라고 말한다.

부처님 말씀처럼 올바른 삶의 길을 찾는 사람들은 오히려 그 누구보다도 열린 마음을 가진 열린 사람이어야 한다. 자유와 진리를 찾아 종교에 들어선 사람이 도리어 자기 고집에 사로잡혀 좁은 사고의 틀 속에서 논쟁만을 일삼는다면 이미 종교인으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어떤 이데올로기나 사상을 가진 사람일지라도 자신만이 옳다는 편협함을 경계해야 한다. 종교의 본질이란 올바른 삶에 대한 근원적인 해답을 찾는 것으로, 종교인의 자세는 ‘진실한 삶이란 무엇인가?’를 밝혀 보려는 절실함이 있어야 한다.

똑같이 지금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득권을 지키려는 몸부림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민족의 공동번영을 이룰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얻고자 하는 치열함이다.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자유의 기본 영역으로 다음의 셋을 생각할 수 있다. 첫째, 내면적인 의식의 영역이 있다. 이것은 우리가 실제적이거나 사변적인 것, 과학·도덕·신학 등 모든 주제에 대해 가장 넓은 의미에서의 양심의 자유, 생각과 감정의 자유, 그리고 절대적인 의견과 주장의 자유를 누려야 한다는 말이다. 둘째, 사람들은 자신의 기호를 즐기고 자기가 희망하는 것을 추구할 자유를 지녀야 한다. 셋째, 이러한 개인의 자유에서 이와 똑같은 원리의 적용을 받는 결사(結社)의 자유가 도출된다. 어떤 정부 형태를 가지고 있든 이 세 가지 자유가 원칙적으로 존중되지 않는 사회라면 결코 자유로운 사회라고 할 수 없다. 이런 자유를 절대적으로, 무조건적으로 누릴 수 있어야 완벽하게 자유로운 사회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자유 가운데서도 가장 소중하고 또 유일하게 자유라는 이름으로 불릴 수 있는 것은, 다른 사람의 자유를 박탈하거나 자유를 얻기 위한 노력을 방해하지 않는 한, 각자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신의 삶을 꾸려 나가는 자유다.”

그의 말처럼 개인의 자유는 보호받아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휘둘러져 왔던 ‘극단적 반공 이데올로기의 덧씌우기’는 많은 사람들의 자유를 억압하며 이 사회를 분열과 혼란으로 이끈 지긋지긋한 ‘적폐’다.

이제는 거기에 사대주의의 망령까지 덧입혀 이 나라를 핵전쟁의 위협에 빠뜨리고 있다. 반복되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실험의 목적이 무엇인지 냉철히 파악해야 함에도, 그저 사드(THAAD)만이 방어책이고 이룰 수 없는 핵무장만이 답이라고 주장하는 자들의 집착과 어리석음이 너무도 가슴 아프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을 ― 그 대상이 동성(同性)이기 때문에 ― 좋고 싫음이 아니라 옳고 그름으로 판단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에도 뒤떨어지는 편협한 사고방식이다.

납득할 수 없는 핑계로 국민의 일원으로서 납세의 의무를 회피하고자 하는 종교인 과세에 대한 논란 역시 누릴 것만 누리고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놀부 심보와 다르지 않다. 그런 선민(選民)의식이야말로 우리의 자유를 억압하고 사회를 어지럽히는 적폐이기에, 아프고 힘들더라도 치열하게 저항해야 한다.

며칠 전 ‘장기수 어르신 효도 나들이’에서 만나본 어르신들의 모습에서 느꼈던 안타까움과 가슴 먹먹함이 아직도 마음 저편에 머물고 있다. 하루빨리 ‘유령사냥’을 마치고 마음의 짐이 덜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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