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향리 평화마을 건립추진위원장 전만규.

화성시는 지난 9월 1일 화성문화재단 회의실에서 느닷없이 채인석 화성시장이 주재한 화성 평화축제 준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오는 10월 14일 매향리에 소재한 화성드림파크 유소년 야구장에서 ‘화성 평화축제’라는 이름으로 대규모의 행사를 개최하겠다는 것이다.

매향리는 장장 54년간 미군 전투기에 의한 극심한 피해를 당했다. 이제 그 피해를 극복하고, 생존권을 보장 받기 위해 매향리 주민들은 기나긴 생존권 투쟁을 통해 54년 만에 미공군 국제폭격연습장이 완전 폐쇄되는 쾌거의 기쁨과 평화의 해방을 맞이했다.

그런데 매향리 미군 전투기 폭격장으로 입은 상처와 고통이 아물기도 전에 또 다시 수원 군공항 전투기 비행장이 매향리 인근 화성호 간척지로 이전한다고 해 논란이 되고 있다. 화성시가 초비상 상태에서 막대한 예산으로 수원 군공항 대응 담당관실까지 설치하여 결사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다.

따라서 평화축제의 목적과 취지는 전투기 피해 지역이었던 매향리에 또 다시 전투기 피해의 고통을 떠넘기며, 강제(强制)하려는 것이 비도덕적이며, 반인륜적이라는 점을 대내외적으로 부각시키는 한편, 결사항전의 투쟁 경험과 의지가 강고한 매향리 주민들의 비장한 모습을 담아내기 위한 포석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매향리 주민대책위와의 관계 속에서 이번 평화축제 행사뿐만이 아니라, 수원 군공항 화성호 이전반대 투쟁의 전선을 함께 논의하고 구축해 가는 자세를 가져야 되는 것이 아닌가?

화성시청에서는 평화축제 방향과 준비 기획사마저도 독단과 일방적으로 이미, 확정해 놓았다. 그리고는 단지 축제 행사장에 인원을 최대한 동원하기 위한 1회용 조직책으로 평화축제 준비위원 위촉과 발족을 공표했다. 이것은 너무나 황당하고 후안무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뿐만 아니라 채인석 화성시장은 평화축제 기획사가 준비한 프로그램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토로했다. 즉, 매향리만이 갖고 있으며, 매향리에서만이 할 수 있는 강력한 이미지와 획기적인 무엇인가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른 지역에서 일반적으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뉴스가 되겠느냐며, 즉흥적인 제안으로 수원 군공항 이전 후보지로 예상되는 화성호 간척지 벌판의 건초지를 확! 불을 질러 태워서 거대한 화염의 장면을 만들어 내면 안 되는 것이냐고 격앙된 표정과 어조로 위험한 제안까지 했다.

그래서 필자는 그 자리에서 발언권을 받아 “생태환경 보호에 문제가 안 되고, 금번 평화축제 행사에 커다란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내가 불을 땡기겠습니다만, 금번 책정된 예산(2억8천만원)이면, 지극히 평화스럽고 아름다운 국제 문화제 행사를 치룰 수 있으며, 국제 뉴스도 생산해 낼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왜냐면, 전 세계에 미군이 파견되어 주둔하고 있는 나라는 88개국이기에 적어도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국가의 NGO단체들은 한국 매향리 미군 폭격연습장이 현지 주민과 국내외 시민들의 연대 투쟁으로 폐쇄시킨 폐허의 공간을 평화생태공원으로 회복시키는 과정을 눈여겨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들에게도 매향리 평화축제에 참여와 환호의 지지를 구하고 받을 수 있도록 매향리 주민대책위 등과 함께 숙의하며 준비해나가는 과정이 중요하고 온당한 것이 아닌가!

그런데 화성시청은 매향리 미군 국제폭격장 폐쇄투쟁의 의미와 역사를 간과하며, 진부하고 제한된 사고방식으로 평화축제 준비와 진행을 독단적이고 획일적으로 집행하고 있는 것이다. 너무나 안타깝고, 안쓰럽기까지 하다.

지난번 화성드림파크 유소년 야구장 개장식도 화성드림파크 공사를 시행한 화성시청 주무부서 공무원들과 공사를 수주한 건설사의 잔치였다. 시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꼬박꼬박 정확하게 잘 받는 소위 철밥통 공무원들에게는 자신들의 자리를 보전, 유지하며 승진하기 위해 화성드림파크 공사 업무는 당연한 책무이며 그들에게는 영광된 축복인 것이다. 더욱더 공사 수주를 받은 건설사는 그 대규모 건설 공사를 하면서 상당한 돈과 공사 실적 이력을 챙겨갔다.

지난 6월 화성드림파크 유소년 야구장 개장식 행사에서 관련 조성 공사 부서 공무원들과 건설사 관계자들은 서로가 격려와 격찬하며, 시민의 대표인 화성시장의 이름과 시민의 세금으로 감사패와 표창장 등을 주거니 받거니 했다. 이를 지켜보면서 수십 년간 인생을 바쳐 매향리 미군폭격장 폐쇄 투쟁을 했던 매향리 주민의 대표로서 울분을 넘어 자괴감이 들었다. 그야말로 오물통이라도 있으면, 그들의 추잡한 작태에 투척하고 싶은 강한 적개심마저 들었다.

사실 매향리 주민들은 당초에 대규모의 유소년 야구장 건설을 반대했었다. 그러나 화성시청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유소년 야구장 건설사업을 강력하게 끝까지 반대할 수가 없었다. 화성시청과 끝까지 맞섰을 때, 화성시에서 유소년 야구장뿐만이 아니라 매향리 평화생태공원 조성사업까지도 포기하게 되면, 국방부는 결국 폐쇄된 미군 사격장 부지를 기업체에 매각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유소년 야구장보다도 더 흉측하고 환경적 폐해가 더 큰 공장이 들어설 것이 염려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유소년 야구장인 화성드림파크가 운영 가동되면서 주민들의 피해가 상당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시도 때도 없이 지르는 유소년들과 관람객들의 함성소리 때문이다. 즉, 인근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등에서 야간 노동을 하고 숙면을 취해야 할 노동자들이 잠을 이룰 수 없다. 또한 한낮의 더위를 피하기 위하여 새벽녘에 논밭에 나가 농사일을 마치고, 한낮에 부족한 잠을 청하려는 농민들도 야구장에서 들려오는 수많은 군중들의 함성 소리에 편안한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둘째, 불필요하게 너무 많이 세워진 야구장 조명탑은 마치 도깨비 뿔처럼 높고 흉측하게 세워져 있어서 그 아름답던 자연 경관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셋째, 대낮처럼 밝은 조명은 인근 주민들의 수면 방해가 되기도 하지만, 주변의 곡식 생육에 치명적인 장애가 되고 있다.

뿐만이 아니라 야구장 조성공사을 완공하여 개장한 이후에 쏟아진 장맛비로 인하여 야구장과 접속된 주민들의 농경지에 토사가 흘러 내려서 농작물이 피해를 보고 논밭이 망가졌다. 주민들이 시청 관계 부서와 관계 건설사에 피해보상과 복구를 여러 차례 요구했으나, 지금까지 1개월이 넘도록 서로 책임 떠넘기기를 하며 기약 없이 미루기만 하고 있다.

그런데도 화성시청은 이러한 실태조사나 피해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 도대체 누굴 위한 야구장이며 누굴 위한 평화생태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것인가? 이런 꼴을 보려고 우리 매향리 주민들이 피투성이 속에 그 모진 옥고(獄苦)를 치루면서 미군폭격장 폐쇄 투쟁을 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화성시청은 인식하기를 바란다.

특히, 매향리 미군폭격장 폐쇄와 평화는 거저 이루어진 것이 아니며, 화성시청 공무원들에 의하여 얻어진 것도 아니다. 도리어 그들은 매향리 투쟁에 방해세력이었다.

그들은 지금 수원 군공항 화성호 이전 반대 투쟁에 매향리를 대입시킨다. 그들이 진정 매향리 주민들의 고통과 깊은 상처를 이해한다면, 수원 군공항 및 오산 미군 전투기 비행장 주변에서 60여년 넘도록 온갖 피해와 고통을 당해 온 화성시 병점, 화산, 기배동, 양감면 등 주민들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대책이나 대안부터 마련해야 한다.

오죽하면, 양감면민 중 일부 할머니들이 필자인 전만규를 찾아 이곳 매향리까지 오셔서 극심한 소음피해 대책을 호소하며 도와 달라고 요청하셨겠는가!

채인석 화성시장과 서청원 국회의원 등 화성시 정치인들이 국방부 앞 집회 등에서 당장의 피해와 고통 속에 소외당하는 그 화성시민들의 대책이나 대안을 발표하거나 대변해 보았는가?

이러한 것을 사자성어에서는 ‘이율배반’이요, ‘표리부동’이라고 한다. 매향리 투쟁에는 국내외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 희생이 있었다. 어린 대학생들도 피투성이 부상과 구속 수감 등 민형사적 처벌을 받아야 했다. 미국, 일본, 브라질, 스위스 등 세계의 수많은 평화, 인권, 환경보호 단체나 애호가들의 연대가 있었다.

매향리 투쟁의 수많은 민중 연대 실천의 사례 중에는 독일의 어느 시민단체에서 추운 겨울에 바닷가에 나가 아녀자들이 굴을 채취해 시장에 내다판 돈을 투쟁 기금으로 보내와 매향리 연대투쟁에 함께하는 고귀하고 숭고한 사례도 있었다.

그들은 지금도 매향리 투쟁의 목표인 평화, 생태 안착의 결실을 온전히 맺기를 고대하며 지켜보고 있다.

따라서 매향리의 진정한 평화축제로 승화시키려면, 지난날 매향리 투쟁에 함께했던 국내외 각계각층의 평화, 인권, 환경보호 단체와 애호가들도 응원하고 참여하며 함께 축제 프로그램을 만드는 거국적인 반전평화의 평화축제로 거듭나야 한다.

아울러 매향리 투쟁에 참여했던 수많은 민중들에게 화성시민의 이름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기초적인 양식을 갖춘 시민의 대표자와 공복자가 되기를 바란다.

막대한 시민의 예산을 펑펑 쓰면서, 매향리 평화축제에 진정한 평화축제는 없고, 일회성으로 보여주기식 정치 쇼로 비춰질 수 있는 폐습을 이제는 청산하기를 바란다.

매향리의 역사와 이야기를 담아내지 못하는 평화축제는 의미가 없다고 본다. 의미가 없는 매향리에서의 평화축제는 인기있는 연예인 몇 사람의 주머니만 두둑하게 채워 주는 것인 바, 차라리 그러한 세금으로 수원 군공항과 오산 미군 전투기 비행장으로 극심한 소음과 경제적 피해을 당하는 화성시 병점, 화산, 기배동, 양감면 등 인근지역 주민들을 지원하는 대책을 강구하는 자세가 더 중요한 책무가 아니겠는가!

화성시청과 시의회, 그리고 자칭 ‘수원 군공항 이전반대 범대위’라고 하는 허울 좋고 감투 자랑하는 사람들은 소아병적인 선동과 이기심으로 수원 군공항 문제를 협소하게 접근하지 말고, 넓은 시각으로 우리 이웃이 오랜 세월 피해와 고통당하며 소외 받는 현실을 직시하시라는 고언을 드린다.

즉, 수원시의 일부 몰지각한 정치인이나 토호세력들과 맞서서,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정치적 쇼로 다툼의 갈등과 반목을 확대 재생산하지 말라! 대화, 소통의 협치로 수원, 화성 연대 기구를 구성하여, 제3의 대안과 대책을 강구할 것을 촉구한다.

거듭 고언하는 바, 평화축제의 목적과 취지의 결과도 좋지만, 그 목적과 취지, 의미를 담아내기 위해 준비해 나가는 과정도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2017년 9월 6일

매향리 평화마을 건립추진위원장 전만규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 666-4. 010-9191-4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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