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기다립니다”

목포역에서 ‘목포 신항 방문의 날 시민알림대회’에 참여한 전국 각지의 참가자들. ⓒ서지연 기자

8월 26일 오전 9시, 수원역에서 40여명의 사람들을 태운 대형버스 한 대가 목포를 향해 출발했다. 오후 2시 목포역, 전국 각지에서 416연대 회원들과 시민들이 2000여명 이상 모였다.

목포 신항에 세월호가 인양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문제들을 알리고 다시 한 번 마음을 모으자는 취지이다.

참가자들은 한 시간 정도 땡볕 광장에 기꺼이 주저앉아 ‘목포 신항 방문의 날 시민알림대회’를 가졌다.

4.16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무대 발언에서 “처참하게 훼손된 세월호를 보고 아마도 제대로 된 진상조사가 가능한가 하는 의문이 드실 겁니다. 정권이 바뀌어도 세월호 조사를 방해하고 은폐했던 세력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습니다. 국민의 힘으로 끝까지 함께해 주십시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목포 시내 행진을 시작했다. 목포역에서 고속버스터미널까지 약 4km 거리를 1시간 정도 걸었다. “미수습자를 가족 품으로” “세월호를 공개하라”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국정원도 조사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노란손수건을 흔들었다.

지켜보던 목포시민들이 박수를 치고 손을 흔들어 주기도 했다. 수원 참가자들은 가족단위가 많아 어린 아이들도 꽤 있었다. 발갛게 익은 얼굴로 엄마아빠 손을 잡고 끝까지 함께 걷는 모습이 대견했다.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걷는 참가자의 모습도 보였다.

목포 신항에 도착하자 세월호를 만나기까지 까다로운 신분 확인 절차가 이어졌다. 미리 지역별로 방문자 이름과 신상정보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신분증을 제시하며 확인하는 과정이 무척 오래 걸렸다. 일부 시민들은 뭐가 그리 무서워 꽁꽁 숨기느냐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멀리서 온 강원지역부터 질서정연하게 세월호 거치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수원은 세 번째로 입장했다.

가까이에서 바라본 세월호는 많이 녹슬고 군데군데 구멍이 뚫려있었다. 주변엔 세월호에서 들어낸 자동차 고철덩어리들이 쌓여있었다. 참사 당시의 끔찍한 상황과 현재의 암담한 상황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었다.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묵상을 하고 다음 지역 방문자들을 위해 서둘러 자리를 비켜주었다.

거치대를 통제하기 위해 둘러친 철망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묶어놓은 노란리본 줄이 빼곡했다. 지난 8월 16일 ‘세월호를 기억하는 매탄동 촛불’ 주민들이 마음이라도 함께하겠다며 노란리본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써 보냈다. 수원 참가자들도 미수습자를 기다리는 염원을 담아 리본을 묶었다. 어린이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철조망에 리본 줄을 매달았다.

수원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참가자들은 간단히 소감을 나누었다. 세월호수원시민공동행동 운영위원장 정종훈 목사는 “11월에 2기 특별조사위원회가 꾸려져도 끝났다고 안심할 일이 아니다. 여전히 수사권 기소권은 얻기 힘들 것이고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꾸준한 관심과 실천을 호소했다.

이탈리아에 살고 있는 박종대 씨는 “교포사회에서도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한 활동을 해왔는데 마침 목포에 방문하게 되어 매우 뜻깊다. 이 상황을 돌아가서 교포들에게 꼭 전하겠다.”고 말했다.

가족단위 회원들과 함께 참여한 수원환경운동센터 박수진 활동가는 “아이들과 함께 꼭 참여하고 싶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것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것이다. 힘들었지만 매우 의미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이 셋과 함께 다섯 식구가 모두 참가한 매탄동 주민은 “광주전남 지역 분들이 손수 만들어주신 따뜻한 주먹밥을 먹으면서 이런 소중한 마음들이 모여 세월호가 기억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화문 촛불이 정권을 바꾸었듯이 우리가 잊지 않는다면 세월호도 끝내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밤중 수원역에 도착한 40여명의 참가자들은 지치고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서로서로 인사를 나누며 다음을 기약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정말 목포에 오길 잘했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분명해졌다.”고 말하던 한 참가자의 목소리가 귓전을 맴돌았다.

목포 신항 세월호 거치대 앞에 처참하게 누워있는 세월호. ⓒ서지연 기자

수원지역 참가자 어린이들이 함께 작성한 노란리본을 철망에 묶고 있다. ⓒ서지연 기자

손수 작성한 피켓을 들고 단체사진을 찍은 수원지역 참가자들. ⓒ서지연 기자

저작권자 © 뉴스Q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