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성규 화성노동인권센터 소장. ⓒ뉴스Q 장명구 기자

장마철도 아닌데, 때아닌 장대비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쏟아지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시계 제로’인 한반도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 같아 몹시 착잡합니다.

8월 21일 오늘, 한미연합사령부는 전국 각지에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군사훈련을 시작했습니다. 우리 군 병력 5만여 명과 미군 1만 7,500명이 참가한다고 합니다. 군뿐 아니라 4천여 공공기관 48만 명도 오늘부터 3박4일간 을지훈련에 들어갑니다.

이른바 ‘전략자산’이라고 불리는, 핵무기를 직접 운용하는 전략폭격기나 핵항공모함 등은 이번에는 전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추측입니다. 미군 병력도 작년의 2만 5천여 명에 비하면 약 7,500명이 줄어든 것이라는 보도도 잇따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예년보다 축소가 되었던 아니던 간에 이 또한 ‘전쟁연습’이라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공공기관의 을지연습을 주관하는 행정안전부의 홈페이지에서도 명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8월 21일 1일차에 ‘전시체제로 전환’을 하며 그 세부 훈련내용으로 ‘전쟁수행기구 창설 및 훈련’을 한다고 말입니다. 전시체제를 가정한 종합군사훈련에서 ‘방어용이냐 공격용이냐’의 논란은 그야말로 공허한 말장난일 뿐입니다.

1945년 아무도 원치 않았던 38선이 그어져 강제로 분단이 시작된 지 72년, 그리고 한반도 전역에 처참한 전쟁의 상처를 남기고 휴전선이 고착화된 1953년 이후 무려 6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우리 한반도는 여전히 전쟁의 한복판에 있습니다.

북의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와 남에서 연중 진행되는 대규모 군사훈련은 한반도가 처한 현실을 냉정하게 보여주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습니다. 무엇이 다릅니까?

이제는, 이 지긋지긋한 전쟁의 한복판에서 벗어날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우리 한반도의 생존권을 짓누르며 위협하는, ‘끝나지 않은 전쟁’에 마침표를 찍을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모든 행위에 반대합니다. 끝없이 치닫는 군사적 대결과 경쟁의 끝, 결국 그 마지막은 ‘전쟁’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한반도에서 군사력을 운용할 수 있는 남북미 모두에 호소합니다. 아니, 평화를 염원하는 우리 국민, 우리 민족 모두의 이름으로 단호하게 명령합시다. 총과 칼을 내려놓고 평화를 위한 대화의 장에 함께 앉으라고 말입니다.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대화를 지금 당장 시작하라고 말입니다.

평화를 위한 진실한 노력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용감한 결단입니다. 1993년 김영삼 정부 때에도 ‘한반도 위기’ 타개를 위해, 한미 양국의 군인만 무려 20만명이 동원되었던 팀스피리트 군사훈련을 중단시킨 바 있습니다. 그러나 끝내 평화체제 구축으로까지 나아가지 못하면서, 이후 사반세기를 지나도록 매번 더 큰 위기국면으로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이 지옥과도 같은 수레바퀴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겠습니까? 바로 며칠 전, 문재인 대통령도 광복절 경축사에서 천명했습니다. ‘오늘날 한반도의 시대적 소명은 두말할 것도 없이 평화’라고, ‘평화도, 분단극복도 우리가 우리 힘으로’,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말에 그칠 것이 아니라, 우리 정부의 ‘주도적 행동’으로 이어지기를 간곡하게 소망합니다.

지금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쏟아지는 장대비는 얼마 안 있어 자연스레 그칠 것입니다. 그러나 한반도를 둘러싼 이 먹구름은, 우리 스스로의 노력 없이는 절대 저절로 걷히지 않습니다. 함께 힘을 모아,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요구합시다! “모든 전쟁연습 즉각 중단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평화협상에 온 힘을 다해 나서라!”고.      

 

홍성규 

화성노동인권센터 소장
화성민주포럼 대표
화성희망연대 공동대표
박근혜 퇴진 화성운동본부 공동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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