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노동자 박덕제. ⓒ뉴스Q

6. 권력 지향적 분화기(2003년 ~ 2012년)

이 시기 현장조직들의 조직 분화의 근본적 원인은 비이념적인 것이었다. 인물 위주로 갈라진 현장조직들은 선거 중심적 활동에 집중하게 되고 점점 현장조직간 이념적 차이는 없어지게 된다.

2003년 17대 임원선거를 앞두고 가장 큰 조직이었던 기노회는 후보 선출을 위한 내부경선에 돌입하는데 지금까지 전면에 나서지 않았던 선배들이 경선에 참여하면서 내분이 발생한다. 경선과정에서 문제를 제기한 일부 선배들이 조직적으로 탈퇴하여 독자후보를 내기도 했다. 이때 탈퇴한 세력이 조준호를 중심으로 ‘실천하는 노동자회’(약칭 실노회)라는 조직을 결성하였다.

17대 임원선거에는 기노회 구자송 후보와 미래노 박홍귀 후보, 실노회 조준호 후보가 경선을 하는데, 결국 실리주의적 입장을 가지고 선거연대와 연합한 박홍귀 후보가 당선되었다. 17대 임원선거 후 정형기를 중심으로 한 ‘자주민주통일과 노동해방세상을 위해 전진하는 노동자회’(약칭 전노회)가 결성됐다.

17대 집행부는 판매지부 사무국장의 조합비 횡령건과 소하지부의 임원이 천막농성장을 차량으로 침탈한 건 등으로 비민주적 어용행태에 항거하는 불신임 투표를 묻게 되나 결국 부결이 나면서 불신임정국은 종료되었다.

이후 17대 집행부는 광주공장 입사 취업비리에 연루돼 전체 노동계에 큰 타격을 주면서 물러나게 되고, 미래노 현장조직은 해산하게 된다. 이후 미래노는 17대 화성지부장(정상재)을 중심으로 하는 ‘조합원과 함께’와 17대 집행부 상집간부들을 주축으로 조직 재건을 위한 ‘참실노’, 그리고 17대 집행부에 참여하지 않은 조직원 위주로 구성된 ‘민노투’라는 3개의 조직으로 분화된다.

또한 2004년 18대 임원선거를 앞두고 현장의 힘 일부 혁신세력들이 화성공장에서 내부적 갈등으로 인해 조직을 탈퇴하여 ‘노동자의 길’이라는 새로운 조직을 결성하였다. 이러한 분화로 인해 이전까지 기노회와 현장의 힘이라는 2개의 큰 흐름을 유지해 오던 기아자동차의 현장조직의 활동은 훨씬 복잡한 조직세분화 과정을 겪게 된다.

2005년 조기 실시된 18대 임원선거는 기노회, 전노회, 실노회, 현장의 힘, 노동자 세상, 반노(반성하는 노동자회) 등 각 현장조직들이 모두 후보를 냈다. 하지만 기노회 남택규 후보가 판매조직의 지지기반이 있었던 실노회와 향후 조직통합을 전제로 한 선거연합을 성사키면서 18대 임원선거에 당선되었다. 집행부 구성 이후 실노회는 자연스럽게 조직을 해산하고 기노회로 통합되었다.

광주공장 입사비리에 직접적으로 연루되었던 미래노의 일부세력은 2005년말 반노와 함께 민노투(민주노동자 개혁투쟁회)를 결성하였고, 17대 상집간부 출신들의 주도로 만들어졌던 ‘참실노’도 민노투와 통합하였다.

2007년 민노투 일부세력은 조합원과 함께 세력들과 전민투를 결성하고 민노투는 또 다른 세력인 전노회로 흡수되었다. 현장의 힘과 노동자의 길은 ‘금속노동자의 힘’으로 재통합하였다.

19대 임원선거를 앞두고 분화를 거듭하였던 현장조직들이 연대, 연합 또는 재통합하는 과정에서 김상구 후보가 임원선거에 당선되었다.

2007년 산별시대로 전환돼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에서 기아자동차지부로 조직변경이 되었다. 또한 기아자동차 내에 있던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조합원으로 편입하여 1사 1노조의 새로운 노조운영방식을 전국 최초로 진행하였다.

이후 투표방식 또한 런닝메이트(Running mate)에서 지부와 지회 직선제로 규약 및 규칙이 제·개정돼 20대 임원선거가 진행되었다. 즉 지부와 지회에 당선자가 현장 운동과 이념적 방향이 전혀 다른 세력이 탄생하게 되었다.

20대는 산별 전환과 현대자동차와 임원의 임기를 동일하게 하기 위하여 9개월의 집행을 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진행되었다. 지부는 김종석 지부장이(기노회) 당선되었고, 소하(금속 힘), 화성(기노회), 광주(금속 힘), 판매(기노회), 정비(기노회)가 지회장에 당선되었다. 기노회와 금속힘이 지부와 지회를 장악했다. 지부와 지회 간, 지회와 지회 간에 사업의 방향을 달리하게 되면서 갈등과 대립이 발생하게 되었다.

21대 임원선거에서는 김성락 지부장이(금속 힘) 당선되었고, 소하(전민투), 화성(금속 힘), 광주(현장연대-광주를 중심으로 한 현장조직), 판매(금속 힘), 정비(기노회)가 지회장에 당선된다.

한편 21대 임원선거 이후 전노회 일부와 금속노동자의 힘과 개별활동가들이 모여 ‘더불어 한길’을 조직하고 활동한다.

7. 권력 지향적 통합기(2012년 이후 ~ 현재)

22대 임원선거의 특징은 지부와 지회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대립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노선과 이념적 방향에서 같이할 수 있는 세력이 연합하여 선거 이후 조직 통합을 전제조건으로 연합후보를 구성하여 선거에 출마했다는 것이다.

광주지회장을 제외한 지부장 및 지회장을 당선시키면서 새로운 지도집행력을 시도하기도 하였다. 지부장 배0정(연합), 소하(연합), 화성(연합), 광주(현장연대), 정비(연합), 판매(연합)였다. 연합에 함께하기로 한 조직은 기노회, 전노회, 더불어 한길 그리고 일부 개별활동가와 화성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금속현장민노회였다.

이후 연합후보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조직 ‘민주노동자회’가 탄생한다. 하지만 더불어 한길과 금속현장민노회, 기노회의 일부세력은 참여하지 않았다.

22대집행부는 주/야간 10*10 근무형태를 8*9로 변경하여 심야노동시간을 줄이는 새로운 근무형태를 만들기도 하였다.

23대 임원선거는 지부와 지회 간 계속적인 대립과 갈등을 해소하겠다고 선언한 김종석 지부장이 당선되었다. 지부장 김종석(민주노동자회), 소하(금속 힘), 화성(혁신), 광주(현장연대), 판매(민주노동자회), 정비(민주노동자회)였다.

김종석 지부장은 공약사항인 지부와 지회 간 직선제를 다시 지부 런닝메이트(Running mate)로 전환하는 규약 개정을 하였다.

새롭게 지부 런닝메이트로 전환하여 진행하는 24대 임원 선거를 앞두고 민주노동자회 일부 세력과 전민투 일부세력이 ‘새희망’이라는 전국조직을 세워 24대 임원선거에 출마한다. 민주노동자회는 개별적 활동가 및 군소조직(새 흐름, 고리)을 흡수하여 ‘민주현장’으로 조직을 변경한다.

지부 런닝메이트(동반출마제)로 전환된 24대 임원선거에서 김성락 지부장(금속 힘)이 당선되었다. 2017년 4월에 10년간 유지하던 ‘1사1노조 분리총회’를 통해 사내하청분회를 분리하였다.

25대 임원선거를 앞두고 화성지회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금속현장민노회가 전국조직으로 확장하였고, 민주현장 일부세력과 군소조직인 혁신의 세력을 규합하여 ‘기아 현장실천연대’를 구성하였다.

이후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현장조직이 분화되고 통합할지 예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한국자동차산업의 방향과 노조의 위기 등 전국 상황을 고려해 볼 때 현장조직 간 통합을 모색하는 움직임은 지속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차 례]
1. 기아자동차 노동조합 설립 및 전개과정
2. 노조창립에서 84년 말까지(노동운동의 암흑기)
3. 노동운동의 준비기(84년 ~ 90년 이전)
4. 노동운동의 탄생기(90년 ~ 96년 이전)
5. 이념적 분화기(1996년 ~ 2003년)
6. 권력 지향적 분화기(2003년 ~ 2012년)
7. 권력 지향적 통합기(2012년 이후 ~ 현재)

8. 기아자동차 노동운동의 특징
9. 기아자동차 노동운동의 과제와 방향    

 

기아노동자 박덕제

전 민주노동당 화성시위원회 위원장
전 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 정책실장

 

*<뉴스Q>에서는 글의 분량이 너무 많아 조금씩 나누어, 4주에 걸쳐 아래와 같이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1주차: 7월 31일(월) [차례 1, 2, 3]
2주차: 8월 7일(월) [차례 4, 5]
3주차: 8월 14일(월) [차례 6, 7]
4주차: 8월 21일(월) [차례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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