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북한은 ICBM급 미사일(화성-14)을 두 차례 발사했다. 해외 및 남한 내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미사일을 정상 각도로 발사하면 8,000~10,000KM까지 비행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만약 북한이 미국을 향해 쏘면 하와이는 물론 알레스카까지 도달한다.
남한은 주적이 북한인데 왜 북한은 남한을 향해 미사일을 쏘지 않고 미국을 향하여 쏘는 것일까? 그것도 엄청난 돈과 오랫동안의 기술개발을 통하여 사실상 별 쓸데가 없는 ICBM까지 개발하면서 말이다.
북한의 ICBM은 만약 실제로 적용한다고 가상하면 딱 한 발 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북한은 지구상에서 없어질 것이다. 아니 한반도가 세계지도에서 사라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북한은 미사일을 쏠까? 한국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문제다. 한국전쟁 당시 북한은 다 이긴 전쟁을 미국 때문에 놓쳤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휴전협정서 당사자가 북한과 미국이기 때문에 한국전쟁은 끝나지 않은 현재진행형이다.
또한 매년 남한과 미국은 북한을 상대로 서너 차례씩 한미군사훈련을 실시하며 북한을 위협하고 있다. 한미군사훈련이 시작되면 북한에서도 동시에 비상이 걸려 동일한 훈련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그들은 사실상 고역일 것이다.
한미군사훈련이 북한의 공격을 대비하여 하는 방어적 훈련일까? 군사훈련의 작전계획에 보면 가장 먼저 가상하는 부분은 북한의 선제공격이다. 북한은 선제공격을 하는 순간부터 한국과 미국의 합동공격으로 거의 초토화될 것이다. 물론 남한도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언제든지 명분을 만들어 자신들을 전멸시킬 수 있다는 위험을 느낄 수밖에 없다.
북한은 자신들의 정권과 목숨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선제공격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위험한 모험을 하는 것일까? 미국과 남·북한 간 현재의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그러면 북한은 체제유지와 경제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고,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가 올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북한은 왜 협상을 통한 방법 이전에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일까? 이라크 후세인의 몰락을 보며 북한은 학습효과를 가진 것이다. 핵과 미국 본토까지 날아갈 수 있는 미사일이 없으면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자신들을 괴멸시킬 수도 있다는 위험을 느끼고 있다. 이에 핵과 미사일에 사력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 유엔 안보리에서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가 치열한 외교전쟁을 벌이고 있다. 북한의 미국을 겨냥한 ICBM 발사에 자존심이 상한 트럼프는 협상보다는 군사적인 우위를 이용하여 중국과 러시아의 경제제재를 이끌어내어 북한을 굴복시키고자 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는 이른바 ‘쌍중단’과 ‘쌍궤(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병행’을 제안하고 있다. 즉 북한과 미국·한국 쌍방이 미사일 발사와 합동군사훈련을 서로 중지하고 협상의 테이블을 만들어 그 속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구축에 대해 논의하자는 것이다. 쉽지 않은 여정일 것이다.
바로 한미합동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이 시작된다. 열흘 남짓한 훈련기간은 북한도 이에 대응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가상전쟁’ 상태가 된다. 여기에 북한이 6차 핵시험을 강행한다면 한반도 정세는 또 다른 격랑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지금 한반도는 ‘전쟁이냐? 평화냐?’의 절체절명의 기로에 서 있다. 다가오는 8월 15일은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지 72주년이 된다. 한반도에 드리워진 전쟁위협을 막아내고 영구적 평화체제를 하자고 요구해야 한다.
진정한 해방은 외세의 간섭 없이 자주적으로 우리 민족끼리 하나가 되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전쟁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다. 총을 들고 전쟁터로 나가겠다는 신념을 밝히는 것이 아니다. 아무 조건 없이 만나서 대결과 분단을 끝내고 평화와 통일로 가야 한다.
기아노동자 박덕제
전 민주노동당 화성시위원회 위원장 |